우리가 흔히 서방 뉴스나 영화에서 접하는 러시아는 어떤 모습인가? 대개 무서운 나라, 소련 공산주의, 어둡고 삭막한 도시, 무표정하고 차가운 사람들, 춥고 광할한 시베리아 벌판 같은 이미지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서방의 획일적인 프레임을 걷어내고, 깊숙이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매력이 숨어 있다. 전통적 가족주의와 신앙심은 러시아인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다.
러시아의 역사는 수많은 전쟁, 혁명, 그리고 체제 붕괴의 연속이었다. 국가 시스템마저 나를 지켜주지 못하는 극심한 혼란 속에서 고난을 버텨내게 해준 것은 다름아닌 가족과 신앙 중심 주의였다.
1. 깊은 신앙심
러시아인들은 신앙심이 매우 깊다. 이들에게 종교는 '제도'가 아니라 '삶의 호흡이자 문화 그 자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면,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는 항상 신부가 있다. 신부는 전장으로 향하는 병사들에게 안녕을 기원하며 성수를 뿌려준다. 이들에게 신앙은 죽음 앞에서의 유일한 영적 구원이다. 푸틴도 항상 신부들을 정중하게 맞이한다.
일상에 스며든 종교적 흔적들: 러시아에서는 평범한 가정집이나 심지어 자동차 대시보드, 참호 속 군인의 주머니에서도 붉은 천이나 나무로 된 '이콘(Icon, 성화상)'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큰 시험을 앞둔 학생, 장거리 운전을 시작하는 운전자, 밥을 먹기 전의 아이들 모두 자연스럽게 가슴에 성호를 긋는다. 종교가 삶의 루틴이자 일종의 강력한 '정신적 부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혹한을 뚫는 신앙, 주님 세례 축일(Epiphany): 매년 1월 19일이 되면 러시아 전역에서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영하 20~30도를 드나드는 시베리아의 칼바람 속에서, 러시아인들은 얼어붙은 강이나 호수의 얼음을 십자가 모양으로 깨고 차가운 물속에 온몸을 세 번 담근다. 영혼과 육체를 정화한다는 이 정교회 전통에는 남녀노소는 물론 수백만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들에게 신앙은 관념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삶이다.
2. 전통적 가족주의
러시아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차가운 국가 시스템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늘 끈끈하고 강인한 가족적 연대였다. 러시아에는 아직도 전통적 가족주의가 잘 보존되어 있다. 러시아인들은 가족을 삶의 최후 보루로 삼는다.
서구가 개인의 자아실현을 극대화할 때, 러시아는 파편화된 개인은 결국 고립된다고 보며 "가족이라는 연대와 신앙의 울타리 안에서만 개인이 안전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러시아는 '대가족'과 '전통적 혼인'을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간주한다. 10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어머니에게 '어머니 영웅' 칭호를 준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이 가족주의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법제화했다.
3. 의리와 정이 깊다
러시아인들은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타인에게 가식적인 미소를 짓지 않는다. 그래서 차갑다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그 장막을 걷어내면 누구보다 뜨거운 인간미가 있다. 러시아인들은 쉽게 열리지 않지만, 열리면 전부를 주는 마음을 갖고 있다. 서구의 비즈니스적이고 계산적인 관계와는 다르다. 이들은 처음에는 경계할 지 언정, 한 번 친구나 동료로 받아들이면 자신의 영혼과 전부를 내어줄 정도로 의리와 정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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